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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온클로 뭐시기...이게뭐지

라요0716 2024. 5. 11. 02:40







막 업무가 끝난 후 밥을 먹고, 기력이 빠졌는지 둘 다 천장을 보고 몸의 반쯤을 침대에 누워 있었다. 방안은 불이 꺼져있었지만 창문밖엔 하늘이 예쁜 남색빛인 밤하늘이 보였고, 노란 무드등이 방안에 켜져 있어 방안은 감정을 울리는 색들로 가득 차있었다.

클로에: 시온. 사랑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시온을 만나면서 많은 것에 호기심을 가지기 시작한 클로에였지만, 조금 황당한 질문이었다. 얼굴을 이불에 파묻고 있던 시온은 머리를 들어 팔에 기대야만 했고, 노란빛이 나는 무드등을 보며 입을 열었다.

시온:... 난 그다지 좋은 예시는 아닐 텐데요.

클로에: 예시가 아니어도 돼요. 당신이 생각하는 사랑은 뭐냐고요.

시온: 글쎄다...
...
독.. 같은.. 데요?

클로에는 살짝 한숨을 쉬었다. 시온이 늘 불평하는 사회의 부조리함, 인생의 부조리함, 이중성과 답답함을 또 비꼬아 말하는 한탄거리를 또다시 하는가 싶었다. 하지만 조금의 기대감은 가지고 있었다.

그가 잠깐 고민했고, 대답에 확신을 크게 가지지도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답지 않게 조금 유치했다.
무언가 설명하고픈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다.

클로에: 독이요?

그녀의 목소리에 생기가 조금 묻었다.

시온: 그러니깐... 그게... 아이씨... 뭐냐...

그가 조용히 고민하도록 그녀는 움직이지 않고 조용히 기다려줬다.

시온: 어디에 있는지, 누가 넣었는지도 모르는 거예요. 그렇지만 언제부턴가 내 몸에 흐르고 있고 내가 흐르는지도 모를 때가 있고요. 독이 들어가 있든 말든 내가 배고프면 음식을 먹어야만 해요.

클로에: 대충 말하자면... 살면서 한 번이라도 사랑에 빠질지, 누구에게 빠질지도, 언제 빠졌을지도 모르는 두려운 존재이지만 계속 시도하지 않곤 살 수 없다는 거군요.

시온: 대충의 뜻이 뭔진 알아요?

클로에: 자세히 말하자면 당신이 살면서 사랑을 하는 건 자기 의지가 아니지만 시도는 계속하게 되고 시도를 안 하곤 못 산다는 이중성을 가지고 있으며 시해자도 독의 종류도 독의 중독여부도 모른 채 살아가는 공포감을 가지고 있군요. 약한 독이면 심장이 두근거리는 걸로 끝날지도 모르지만 심한 독이면 당신의 심장을 멎게 하겠고요. 죽냐 아니냐를 떠나서도 후유증이 남을지도 모르는 복잡한 요소들 때문에 당신은 독이라고 칭하고 있다는 건 꽤나 머리를 쓴 대답이네요.

시온: 아시는구먼..

시온은 조금 몸을 뒤척였다. 깔고 누워있던 이불 때문에 부스럭 거리는 소리는 더 크게 들렸다.
클로에에게 자신의 내면을 설명할 땐 심장이 두근거린다. 지금껏 남에게 솔직한 면을 보여줘 부끄러워 그렇다는 생각을 했지만, 어쩌면 자신이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헷갈린 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에게 자신을 보이는 일은 굴욕감을 주곤 한다.
약점을 보이는 것 같고, 차가운 시선으로 자신을 훑어보는 것 같다는 기분을 준다.

내가 어쩌면 생각보다 더 강한 독을 삼켰었을 수도 있겠구나...

그렇다고 이제 와서 어쩌자는 거지?

이미 그녀와 시온은 같은 집 아래에서 살고, 일에도 파트너가 되어있었고, 자신이 클로에를 거절한다고 클로에가 멈출 사람도 아니었다.

정말로 두려운 건 클로에가 자길 거절할 때...

시온은 그녀가 참을 수 없는 식욕으로 자신을 바라볼 때도 그는 굶주린 그녀의 눈을 보며 긴장을 할 뿐 두려움이라는 감정은 없어진 지 오래였다.

하지만 그녀의 식욕이 충족되고 만족한 눈을 바라볼 때는 조금 불안해지곤 한다.

나로 인해 그녀가 '충족' 되면 어떡하지.

시온은 짧은 시간 안에 깨달았다.

[나는 그녀가 나로 인해 성장하고, 나아가는 걸 원해하지 않는구나...]라고...

시온은 쪽팔리고 역겨운 기분에 이불을 끌여당겨 얼굴을 파묻었다.

그녀가 샅샅이 읽고, 외우고, 습득한 후 다시 책장에 꽂히는 책이 되기 싫었다. 그녀가 자신의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불안했던 것이다.

이걸 이제야 깨달았다니, 그것도 클로에가 바로 옆에 있는데,

얼굴이 보이지 않는 위치에 있다는 건 그나마 다행이었다.

지금은 그녀가 천장을 바라보며 멍 때리는 시선도 차가워서 견디지 못할 것 같았다.


클로에: 사랑에 빠지는 건 최고의 망각의 장치라고 생각해요.

시온:...?

시온은 클로에가 뱉은 말을 뇌에서 정리하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다. 그리고 클로에는. 얌전히 기다려줬다.

시온: 사랑이 뭐를 잊게 해 주는데요?

클로에: 완벽한 인간의 인지를.

시온:........

시온은 조금 더 생각하려고 했지만, 머리를 쓰는 것보다 클로에가 설명하는 걸 기다리기로 택했다.

클로에: 인간의 뇌는 생각보다 간단해서, 많은 요소를 단순화하곤 하죠. 마치 저장공간이 작고 낮은 해상도의 영상처럼요.

시온은 클로에가 전문용어만 남발하던 과거와는 달리 쉽게 설명하기 위해 다른 것에  인용을 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운그레이드를 해줬다는 사실에 기뻐해야 하나...

클로에: 생존을 위해 기억에는 우선도를 정하고, 중요한 요소의 화질을 높이고 나머지를 낮추는 형식으로 최대한 많이, 오랫동안 기억을 보존하도록 해놨어요. 이걸 맡는 뇌의 부분이 고장이 난다면 집중력 장애, 치매, ADHD...
혹은...

그저 이기적인 사람으로 발현되곤 하죠.

사랑에 빠지는 건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기억의 우선도가 오로지 사랑하는 이에 집중이 되어버리면서 오류가 계속해서 생겨나곤 하죠.

시온: 사랑에 홀린 사람만큼 바보같이 보이는 사람도 없죠.

클로에는 동감의 의미로 눈을 잠깐 감았다 떴다.

클로에: 가장 본능, 감정적인 부분에 충실해 제대로 된 이성적 생각이 불가능한 거니깐요.

클로에: 만약 인간이 세월이 지나도 기억을 잃지 않고,  사랑과 같은 지식 보존의 방해 없이 완벽한 지식, 한 가지 진리의 집합이 가능해진다면... 그 인간은 그토록 말하던 초인.. 진인... 혹은...

클로에는 말하는 동안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왼손을 심장 위, 오른손을 자기 이마 위에 올렸다.

클로에: '신'도 될 수 있겠죠...


둘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어려운 주제, 어려운 답이 오갔다. 둘은 이제 만족과 혼란 사이에 있었다.
시온은 천천히 클로에가 무얼 말하고 싶어 했던 건지 알아내고 있었다.

그가 클로에에게 새 정보가 가득한 책과 같다면, 그에게 클로에는 처음 보는 속성의  주인공이 있는 소설과 같았다.
오만한, 배경이 옅은, 수수께끼의.
조급한 마음에 결말부터 앞서 볼 수 없는.

그렇지만 이건 서로에게 서로가 어떤지에 대한 것일 뿐. 실제론 서로가 그 반대이겠지.

시온은 계속해서 클로에에게 의미를 부여할 것이고,  클로에는 계속해서 시온을 단순화시키려 들것이다.

클로에의 시점으로 조금 생각해 보자. 시온은 생각했다.

그녀가 언제까지 살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괴수들이 늙어서 죽는 모습은 본 적 없다..

영원히 그녀는 젊을 것 같았다..

자신도 정체를 모르는 태생. 그러나 머릿속엔 가득한 지식. 한 번도 의문을 품지 않았던 완벽한 루트의 삶.


그렇지만 지금은?

이런 구석진 곳에 계속해서 침대 모퉁이에 기대 천장이나 바라보고 있다.

정보 습득이라곤 하나도 없는 영양가 없는 상황.

클로에는 이런 상황에 조금이라도 정보를 습득하기 위해 나에게 질문했던 걸까.

그렇지만 나는 제일 좋은 대답이 아니라고 했을 텐데...

[정보의 오염!]

어째서? 당신 같은 오만하고, 완벽한 지식을 추구했던 사람이...

시온:... 어째서...?

시온은 몸을 돌려 클로에를 바라보았다.
클로에는 이미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눈썹은 찡그렸지만 입 끝은 살짝 올라간 채.
마치 누구를 비웃는듯한.
그렇지만 그녀의 눈은 풀려있었고, 얼굴은 온화했다.
그녀가 바라보고 있는 시온은 비웃음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녀 그 자신이었다.

클로에: 그러게요.

시온: 나… 지금…

클로에: 신도 선지자도 될 수 있던 괴물과 침대에 누워있네요.

시온은 클로에의 부드러운 웃음이 부담스러웠다.
그는 다른 곳을 보다가, 다시 클로에를 보다가, 다시 다른 곳을 보고 눈을 계속 마주치지 않은 채 천천히 클로에에게 다가갔다.
계속해서 머리를 굴리면서
천천히
그녀 품에 구겨들어갔다.

조금 괴상하게 붙어있었다.
클로에의 얼굴을 피해 상체에 시선이 두게.
그렇게 클로에의 팔 없이도 안겨있다는 느낌이 드는.
머리를 굴리던 시온의 생각은

뭘 말해야 하지? 에서
뭘 말해야 하지? 와 변태냐고 놀림받을 구도인가? 와 아니 지금 그런 걸 생각할 때가 아니잖아!
가 공존하고 있었다.

결국 클로에가 먼저 입을 열었다.
늘 그래왔다.
시온은 자동으로 자신의 목이 굽어지고 어깨가 말려드는 게 느껴졌다.

클로에:그게 싫어요?

시온은 고개를 저을 기분도 기력도 없었다.

클로에는 진실만을 알려주기만 하였으나 그 진실이 자신을 빨아 죽이고 있었다.
적어도 시온 생각엔.

클로에는 그런 그를 관찰하였다.
사실, 이 사실을 그다지 알려주고 싶지 않았다.
사실, 자기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온 거였다.

사실, 자기가 입을 그렇게 간수하지 않음에 자기도 놀랐다.

그가 자기를 얼마나 바꿔버렸는지 제대로 알고 싶었다.

날 바꿨으니, 이제 어쩔 거냐.

이 관계의 목줄은, 정말 클로에가 들고 있던 걸까?

시온:내가... 더 잘할게요.

고개도 까딱 올리다 다시 숙여버린 자의 믿음 안 가는 발언.

클로에:푸흡.....

시온:....?

클로에...

지금 당신 웃은 거예요...?

클로에:네.

시온:네????????

시온은 반동으로 빠르게 고개를 들다 클로에의 턱에 머리를 박아버렸다. 클로에의 고개가 같이 올라갔더라면 조금 덜 아팠을 텐데...
까딱도 없었다 가장 차가운 말만 뱉던 턱은 너무나도 날카로웠다.

침대에서 굴러 떨어져 머리를 쥐어싼 시온이 다시 몸을 올려다 클로에를 보았을 때
이미 클로에는 다시 무표정에서 약간 비웃는듯한 얼굴로 다시 돌아와 있었다. 젠장!!
와중에 클로에가 시켜 깔아 둔 카펫 덕에 덜 아팠다.
젠장!!!!!!

눈을 마주치고 시온은 15도 정도 오른쪽으로 눈을 피하다 다시 보는 걸 조금 반복했다.

머리 아파+ 웃는 얼굴 안 보여주는 거 괘씸해+ 지금 내가 잘하겠다고 한걸 비웃은 거예요??+ 아직 눈 못 마주치겠어 + 내가 지금 말해야 하는 타이밍인가 그녀가 해야 하는 타이밍인가? 의 행동화.

... 일단 잘한다고 했으니
잘해보자.

쓰읍



시온:... 앞으론 오후 1시 안엔 일어나도록 하죠.

치사한 클로에.
아무 말도 안 하고 기다리고 있다.

뭐라도 말해야 바꾸던가 끝나던가 하는데, 아무 말도 안 하니깐 더 말해야 하잖아.

시온:토스트는 늘 구워 먹고요.

클로에가 눈을 5mm 정도 크게 뜨다 입꼬리를 조금 올려주었다.
더해야 한다고??

시온:.... 안고자는 것도.... 덜 불평할 테니깐....

.....

젠장. 젠장. 전혀 약속 못 할 말들. 그런데 내 바닥이 이리 낮았나?? 젠장....

시온:그리고... 그리고...

아픈 머리 부분이 더 욱신거리는 건 기분 탓일까.....

클로에:그만.

시온:아니그냥당신이싫냐고하는거보니깐떠나진않을꺼잖아요당신이정해요그냥
클로에:그럼 일단 멈춰요.

시온:.

.....

클로에:우선 이 질문에 대답해 줘요.

시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클로에:오후 4시까지 퍼질러잤을때, 허리는 괜찮던가요?

시온은 등의 척추를 문지르며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클로에:토스트는 안 구워 먹는 게 더 맛있나요?

시온:어떨 때는..?

클로에:잘 때 제가 안았을 때, 기분이 좋았나요?

시온은 조금 입술을 질겅거렸다.

시온:처음에는... 아니요...


클로에는 눈을 조금 오랫동안 감고 떴다.

마지막 시험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클로에:내가 만약 신 이나 선지자가 되었다면, [인간적]으로 더 행복했을까요? 당신을 행복하게 할 수 있었을까요?

시온:상관없지 않아요?
시온은 앞 세 질문보다도 빨리 대답하였다.

아니, 질문하였다.

아니, 대답이었다.


클로에의 눈이 이렇게 크게 떠지는건 식인욕구가 나올때 말곤 처음이었다. 동공이 조금 흔들리기도 하였다.

그러나 금방 그녀는 다시 눈을 감았다.

시온에 대해 다 배워간다 싶었을때쯤, 그녀는 2권, 3권이 더더 생기고 있음을 짐작하였다.




클로에는
만족하였다.

클로에는 부드럽게 손을 내밀었고, 시온은 그걸 잡았다.

클로에는 침대 쪽으로 시온을 세게 잡아당겼고.
시온은 예측하였다.
그저 두렵지 않았을 뿐.

둘은 풀썩 누워버렸다.
클로에가 시온을 꽉 껴안은 채로.

늘 클로에는 시온을 등 쪽으로 껴안았는데
이번엔 허리를 붙잡고 시온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은 모습이었다.
시온에게 클로에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시온:.... 변태....
클로에:푸흡...

노을은 다 졌고, 둘은 그대로 잠에 들었다.

오후 3시가 되어서야 일어났고, 음식은 대충 통조림이나 데워 먹었다.
시온의 척추는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시온은 그때의 클로에의 웃음이 어땠는지 보지 못했지만, 그 일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잠에 들기 전 자기 가슴에 얼굴을 파묻던 클로에가 마지막으로 웃었을 때, 그녀의 숨이 느껴졌었기 때문이다.